월드비전 팔레스타인 책임자…이스라엘, 인권·구호단체 탄압 논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법원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국제 구호단체 책임자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지방 법원은 하마스에 대한 불법 자금지원 혐의로 기소된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전 팔레스타인 지역 책임자 모함메드 알-할라비에 대해 징역 12년 형을 선고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6월 월드비전에서 빼돌린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땅굴 건설에 사용된 철강재 12t을 하마스에 제공했다는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2016년 기소돼 이미 6년이나 미결 상태로 수감 생활을 해온 할라비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그의 법률 대리인인 마헤르 한나 변호사는 "그는 무고하며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으며,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며 "혐의를 인정하면 풀려날 수도 있겠지만,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할라비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의 대부분은 '보안상의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할라비측 변호인단은 증거 미공개를 이유로 이번 판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월드비전도 반발했다.
샤론 마샬 월드비전 대변인은 "테러와 테러 지원 행위를 반대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 인권 및 구호 활동을 탄압하거나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등 유력 비정부기구(NGO) 6곳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데 이어 최근 이들 단체의 사무실을 폐쇄해 논란을 빚고 있다.
또 퇴임을 앞둔 미첼 바첼레트(70)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30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내 유엔 인권사무소 직원들의 비자 발급 또는 연장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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