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국회서 비리 의혹 답변 회피

입력 2022-08-31 22:42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국회서 비리 의혹 답변 회피
달러 뭉칫돈 도난당하고도 숨겨…야당 질의에 "조사 끝나면 답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비리 의혹을 받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국회에서도 이에 관한 답변을 회피해 야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국회 질의응답 시간에 야당이 지난 2020년 2월 라마포사 대통령의 개인 소유 농장에서 거액의 미 달러화를 도난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숨긴 사실에 대해 계속 질의했으나 "여러 기관에서 진행 중인 조사가 끝난 후 답변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수용 못 하겠다"고 고함을 치는 등 장내 소란이 지속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거듭 "조사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만 말하고 부패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 같은 대응이 자신의 법률 자문팀의 조언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외화의 출처를 둘러싸고 돈세탁, 부패 연루 의혹 등이 지난 6월 초 제기돼 3개월이 다 되도록 라마포사 대통령이 언론 등에 속 시원히 해명을 못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다만 도난당한 외화가 당초 제기된 액수인 400만 달러보다 훨씬 적고, 자신의 가축 등을 판매한 돈이라는 정도로만 두루뭉술하게 얘기했다.
그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오는 9월 8일까지 중앙은행에 답변해야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인물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아서 프레이저 전 국가안보국(SSA) 국장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주마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부패를 청산하겠다면서 지난 2018년 집권한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이번 비리 혐의에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도덕적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는 타격을 입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오는 1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재선을 통한 임기 연장을 노리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며 1994년 흑인 민주화 정권 창출 이후 줄곧 집권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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