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전쟁에 '조용한 기념'…아프간 난민 일부 엉뚱한 나라서 떠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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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대혼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1주년을 맞은 31일(현지시간) 미국은 상처뿐인 과거를 구태여 끄집어내지 않았다.
2001년 9·11 사태를 기점으로 지난해 8월말까지 20년을 끌어온 전쟁은 미국의 자존심에 돌이킬 수 없는 흉터를 남긴 채 끝을 맺은 게 사실이다.
탈레반이 예상을 뛰어넘어 삽시간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미군을 비롯한 서방 세력들은 쫓기다시피 아프간을 떠나야 했고 미군을 도왔던 조력자 상당수는 방치되다시피 현지에 남겨졌다.
특히 지난해 8월 31일 카불 국제공항에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82공수사단장이 마지막 수송기에 오르기까지 철군의 막바지 며칠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할 정도의 혼돈으로 치달았다. 일각에선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이를 기점으로 집권 1년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연이은 악재에 아직까지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미국 정부 차원에서 아프간 철군을 거론한 성명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짧은 성명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오스틴 장관은 성명에서 "수만명의 가장 용감한 미국인이 아프간에서 근무했다"며 "여기에는 12만4천명의 아프간인을 대피시키는 미군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인도적인 최대규모 작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같이 도전적인 환경에서 그토록 짧은 기간 동안 어떤 군대도 그처럼 많은 생명을 보호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마지막 철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13인의 미군의 희생도 애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아프간 철군 및 난민 대피 과정에 참여한 모든 부대에 대해 훈장 혹은 그에 준하는 서훈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아프간 철군 1년을 맞아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고국을 빠져나왔지만 잘못된 철수 항공기에 올라 알바니아를 비롯해 의도하지 않은 외국을 떠돌고 있는 아프간 난민들의 실태를 보도했다.
WP는 "7만6천명 이상의 아프간인이 지난해 가을 외국에 있는 미군 기지에 도착했고, 미국에 재정착하기 위해 또 다른 비행편에 올랐다"며 "그러나 혼란의 철수 과정에서 민간 혹은 전세기에 오른 많은 수의 아프간인은 미군 기지가 아닌 엉뚱한 외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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