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기조에도 일본이 통화 완화적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1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장 대비 0.5% 오른 139.69엔을 기록, 심리적 저지선으로 평가되는 140엔에 바짝 다가섰다.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여전히 139.4엔을 기록 중이다.
이번 주 엔/달러 환율 흐름은 지난 주말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 회의 내용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당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완화를 계속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엔화와 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지난달 29일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109.48을 기록해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날도 여전히 109선 위에 머물고 있다.
엔/달러 환율에 영향을 끼치는 미 국채 금리도 이날 상승, 2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말 이후 최고인 3.516%를 찍기도 했다.
연준이 이번 달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향후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140엔선을 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이 140엔을 넘을 경우 일본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환율 방어에 실패할 경우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이날 환율 변동성에 대해 "높은 위기감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면서 "환율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한 구체적 행동과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이날 달러 강세에 따라 다른 아시아 통화들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기록한 연고점(1,352.3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우며 장중 1,355.1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하던 2009년 이후 최고치이며, 종가 역시 1,354.9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중국의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월 50.4에서 8월 49.5로 하락해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온 가운데, 위안/달러 환율도 6.9위안 위에 머무르고 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