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복 남성이 여성 집단구타' SNS 영상에 사우디 '시끌'

입력 2022-09-02 15:48   수정 2022-09-02 19:27

'경찰복 남성이 여성 집단구타' SNS 영상에 사우디 '시끌'
"보육원 열악한 환경·인권 침해 항의하자 보복성 구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州) 카미스 무샤트의 한 보육원에서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 여러 명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상에는 남성들이 보육원 1층 야외 시설에서 뛰어가는 여성들을 붙잡아 벨트와 곤봉으로 때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남성은 여성의 머리채를 끌고 다녔고 다른 남성이 이 여성의 두 발에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영상은 이번 주에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했다. 집단 구타가 발생한 정확한 시점과 구타의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사우디 매체는 영상 속 경찰 중 한 명이 카미스 무샤트 경찰서장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여성들이 보육원의 열악한 시설과 인권 침해에 항의하자 공권력이 보복성 구타를 했다고 이 영상의 첫 SNS 게시자를 인용해 전했다.
여성 인권이 열악한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육원 등 보호시설로 보내지기도 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31일 아시르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정부 조사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31일 성명에서 "이전에도 요양원 등의 기관에서 구타를 당한 여성들이 비슷한 침해 행위를 신고했지만, 위반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SOHR은 사법 시스템의 문제와 여성 범죄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카미스_무샤트_보육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집단 구타사건에 대한 비난에 동참했다.
ALQST의 한 관계자는 "마치 남성 후견인 제도만으로는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듯, 남성 후견인 없이 보육원에 사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부터 얼마나 심각한 폭력을 당할 수 있는지가 이번 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통해 남성에게 여성 친족의 삶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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