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반값 휘발유' 가격 결국 31% 인상…물가상승률 6% 넘을듯

입력 2022-09-03 19:45   수정 2022-09-03 22:36

인니 '반값 휘발유' 가격 결국 31% 인상…물가상승률 6% 넘을듯
페르탈라이트 리터당 700원→915원으로 올려…디젤 가격도 32% 인상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가격을 낮게 유지하던 일명 '반값 휘발유' 가격을 약 31% 올렸다.
3일(현지시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아리핀 타스리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부터 페르타라이트의 가격을 리터당 7천650 루피아(약 700원)에서 1만 루피아(약 915원)로 올린다고 밝혔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디젤 연료 역시 리터 당 5천150 루피아(약 471원)에서 6천800 루피아(약 622원)로 인상했다.
보조금 지원은 없지만, 국영 에너지 회사 페르타미나가 판매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페르타맥스도 리터당 1만2천500 루피아(약 1천144원)에서 1만4천500 루피아(약 1천327원)로 조정됐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연료 가격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보조금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3배나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에 가격을 올린 페르타라이트는 옥탄가가 90인 저가형 휘발유다. 옥탄가가 낮아 그만큼 품질은 떨어지지만, 셸 등 국제 브랜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돼 서민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처럼 싼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덕분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 유가 급등에도 보조금을 늘려가며 페르타라이트 가격을 유지해왔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에너지 보조금 예산으로 152조 5천억 루피아(약 14조원)를 책정했지만, 유가 급등으로 예산이 부족해지자 이를 502조4천억 루피아(약 46조원)로 대폭 늘렸다. 이는 정부 전체 수입의 4분 1 수준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지금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필요한 보조금 예산이 700조 루피아(약 64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계산이 나오면서 결국 가격을 올리게 됐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은 4.69%를 기록, 4%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이번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2018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며,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2∼3회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 예산을 들여가면서 휘발유 가격을 묶어놨던 것은 연료 가격이 서민들의 생활에 그만큼 많은 영향을 미쳐서다.
최근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인도네시아에서는 노동 단체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들을 달래기 위해 연료 보조금 예산의 일부를 저소득층을 위한 현금 지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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