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자결권 확대, 양성평등 의무화 등 담아…찬반 놓고 국론분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의 새 헌법 초안 채택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가 4일(현지시간) 전국 3천여 개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이날 오전 8시(도서 지역 특성상 푼타아레나스만 7시)부터 투표소로 나와 개헌 찬반 의사를 표시한 기표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가족과 함께 푼타아레나스에서 투표한 뒤 "전 세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새 역사를 쓸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1천500만 명의 유권자는 의무적으로 이번 투표를 해야 한다.
투표장과 거주지 사이 거리가 200㎞를 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정당한 이유 없이 투표하지 않으면 최소 4만 원 안팎의 벌금을 물린다.
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되고, 그 전에 투표소에 도착하기만 하면 기표할 수 있다.
칠레 정부는 이날 하루 주요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는 등 유권자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인 1980년 제정된 현행 헌법을 완전히 뜯어고쳐 만든 개헌안에는 원주민 자결권 확대, 환경 보호 강화, 공공기관과 기업 내 양성평등 의무화, 성적 다양성 존중 등을 폭넓게 담아내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극단적이고 추상적인 표현 때문에 국론은 분열됐고, 투표를 수개월 앞두고 시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보다 반대 비율이 대체로 계속 높았다.
정부 여당은 이 때문에 국민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일부 안에 대해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치 대통령은 "만약 부결된다면, 새로운 개헌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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