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보도…"전쟁 전으로 회복까지 10년 이상"
산업 전방위 타격…경제 바닥치기 전 12% 역성장 시나리오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가한 제재의 충격이 확산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장기간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러시아 내부 보고서가 유출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고위급 당국자들이 참석한 비공개회의에 쓰인 보고서의 사본을 입수했다고 6일 보도했다.
전문가와 당국자들이 협력해 수개월에 걸쳐 작성한 해당 보고서는 더 많은 국가가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에는 세 가지 향후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이 중 두 개는 러시아 경제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크게 위축될 것이고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관성'(inertial) 시나리오의 경우 러시아 경제가 내년에 2021년 대비 8.3% 역성장하는 수준에서 바닥을 칠 것으로 진단했다. '스트레스'(stress) 시나리오는 2024년께 11.9% 역성장 뒤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올해 자국 경제의 침체 정도가 -3% 미만에 불과할 것이며 내년에는 -1% 미만으로 위축세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 온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사실상 모든 형태의 수송에 영향을 미치는 '해상봉쇄'에 직면했다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든다면 수출이 더욱 위축되고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2025년까지 정보기술(IT) 전문가 20만명이 국외로 이탈할 것이고, 향후 1∼2년에 걸쳐 석유·가스와 금속, 화학, 목재에 이르기까지 "수출을 지향하는 다양한 부문에서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연간 최대 4천억 루블(약 9조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새 수출시장을 개척해도 손실을 완전히 벌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입 측면에선 단기적으로 원자재와 부품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수입한 장비를 유지보수하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일부 핵심 수입품은 대체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서방 대신 중국이나 동남아에 의존해야 할 경우 국제적 표준보다 1∼2세대 뒤지는 기술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금류 생산의 99%와 젖소의 30%를 수입에 의존하는 등 농업 부문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의약품도 원재료의 80%를 수입하는 실정이라면서 제재가 장기적으로는 인구증가와 기대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관련 사정에 밝은 이들을 통해 보고서 사본의 진위를 확인하려 했다며 러시아 정부 홍보부서를 통해 관련 질의를 전달받은 러시아 경제부가 즉각적인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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