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핵심 광물 등 공급망 협력 강화 과정서 인플레법 돌출
인도·태평양 경제협력 포럼, 기후변화 협력에도 영향 미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한국산 전기차를 제외하면서 한미 양국 정부 간 경제 협력 논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 차원에서 동맹 관계를 경제 안보 영역으로 확장키로 선언했으나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로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까지 국내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양국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느냐는 인식에서다.
이와 관련, 미국이 애초 이달 초 개최하려고 했던 한국, 일본, 대만과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4(미국명 Fab 4) 회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정부 관계자 등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노동절(5일) 연휴 전후로 열릴 예정이었던 이 회의는 이달 중·하순 정도로 일정이 다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간 일정 조율과 같은 실무적인 이유에 더해 협력 강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국내 여론도 개최 일정 지연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 회의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서 다른 경제 협력 논의를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착착 진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칩4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용 반도체 동맹 회의라는 해석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자 일단 예비회의 성격인 첫 회의에 참석키로 했다는 설명을 붙였으나, 첫 회의만 참석하고 두 번 째 회의부터 빠지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칩4 회의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후 미국이 지난달 중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미(對美) 경제 협력 강화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한 상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논의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독일, 영국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MSP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정과 다변화를 위한 국제협력 파트너십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차관급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식을 한 데 이어 이달 중·하순 유엔 총회 계기에 2차 회의를 여는 방안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기차 문제가 부상한 것은 물론 해결에 대한 전망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핵심 광물 협력을 가속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부가 기존에 예정됐던 각료급 대면회의(8~9일 개최)에는 그대로 참석하기는 하지만 핵심 의제 논의나 후속 회의 참여 문제를 놓고서는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한미간 기후변화 협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한국산 전기차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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