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러 대사 경고…"러 곡물·비료 수출은 여전히 제한"
푸틴 "우크라 곡물, 대부분 빈국 아닌 EU로 공급" 비판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터키) 4자 사이에 체결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곡물 수출 재개 합의가 11월 시한 이후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6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합의는 4개월간 지속돼 11월에 끝난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합의가 연장되겠지만 (러시아를 위한) 결과가 없음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악엔 러시아가 합의 연장을 거부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7월 체결된 합의의 틀 내에서 러시아는 아직 농산물과 비료를 실은 선박을 1척도 운항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합의 중 러시아 관련 부분이 이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합의에서 이탈하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길도 다시 막히게 돼 국제 식량난이 재현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에도 곡물 수출 합의의 러시아 관련 부분이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덜 이행되고 있다고 항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식량 합의가 애초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운송되는 거의 모든 곡물이 개도국과 빈국이 아니라 유럽연합(EU)으로 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한 선박 87척 중 식량이 가장 필요한 국가들을 지원하는 세계식량계획(WFP) 주도의 선박은 단 2척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운송된 전체 곡물량 200만t 가운데 개도국과 빈국을 위한 곡물량은 3% 정도인 6만t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길이 막혔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도 차질을 빚었다.
그러다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식량 수출 재개에 합의했다.
협상 결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필수적인 흑해 항로의 안전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감독하기 위한 4자 공동조정센터(JCC)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설치됐다.
동시에 러시아와 관련해선 미국과 EU의 제재를 러시아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위한 금융, 보험, 운송 등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일 옥수수 2만6천t을 실은 선박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오데사항에서 출항시키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했다.
러시아 농산물·비료 수출 제한 해제를 위한 작업은 복잡한 대러시아 제재 구조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유엔이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과 관련된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과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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