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지검, 트럼프 사면으로 무효된 연방검찰 기소 되살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68)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에서 형사 기소될 예정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기소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WP는 이번 사안을 잘 아는 사람들을 인용해 뉴욕시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이번 조치가 2년여 전 배넌이 사면을 받은 연방 검찰의 기소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멕시코 장벽 건설 목적으로 모금한 돈 중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을 착복한 혐의로 2020년 8월 배넌을 전격 체포해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배넌은 공범들과 함께 2018년 12월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We Build The Wall)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개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모금을 통해 총 2천500만달러(약 346억원)를 모금해 일부를 유용했다.
하지만 배넌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무더기 사면 명단에 배넌을 끼워넣으면서 연방지검의 당시 기소는 무효가 됐다.
주 차원의 기소를 담당하는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진 직후 배넌을 주 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은 연방 정부의 기소에만 적용되며, 주 검찰의 기소는 막을 수 없다고 WP는 전했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WP의 이번 보도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배넌 측은 맨해튼 지방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정치적 책략'이라 부르며 반발했다. 배넌은 자신의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뉴욕남부연방지검은 2020년 8월에도 똑같은 짓을 했다"면서 "그때도 이는 통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른바 1·6 의회 폭동 사태에 대한 미국 하원 특위의 증언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도 기소된 배넌은 지난 7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는 내달 진행되는 양형 선고에서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배넌은 미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끈 트럼프 정권의 '설계자'로 불린다. 그는 그동안 거침없는 발언과 공격적인 언행으로 국수주의적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 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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