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협정 수정 방안 논의할 것"
(서울·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최수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를 통해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 본회의 연설에서 "흑해에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대부분이 도움이 절실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니라 유럽연합(EU) 국가로 보내지고 있다"며 "이는 예상치 못한 인도적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싣고 출항한 선박 87척 가운데 단 2척만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로 갔다"며 "이들 국가가 받은 곡물은 전체 수출 곡물량인 200만t 가운데 3%에 해당하는 6만t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와 개발도상국들이 속았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곡물을 운송받을 수 있는 나라를 제한하도록 협정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6일(현지시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곡물 수출 재개 합의가 11월 시한 이후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합의는 4개월간 지속돼 11월에 끝난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합의가 연장되겠지만 (러시아를 위한) 결과가 없음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악엔 러시아가 합의 연장을 거부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7월 체결된 합의의 틀 내에서 러시아는 아직 농산물과 비료를 실은 선박을 1척도 운항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합의 중 러시아 관련 부분이 이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합의에서 이탈하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길도 다시 막히게 돼 국제 식량난이 재현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에도 곡물 수출 합의의 러시아 관련 부분이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덜 이행되고 있다고 항의한 바 있다.
지난 2월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길이 막혔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도 차질을 빚었다.
그러다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식량 수출 재개에 합의했다.
협상 결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필수적인 흑해 항로의 안전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감독하기 위한 4자 공동조정센터(JCC)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설치됐다.
동시에 러시아와 관련해선 미국과 EU의 제재를 러시아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위한 금융, 보험, 운송 등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일 옥수수 2만6천t을 실은 선박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오데사항에서 출항시키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했다.
러시아 농산물·비료 수출 제한 해제를 위한 작업은 복잡한 대러시아 제재 구조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유엔이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과 관련된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과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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