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홍수 피해지역 둘러본 총리 "보이는 곳 모두 물…바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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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에 최악의 몬순 우기 홍수가 닥친 가운데 범람 위기에 몰렸던 현지 최대 담수호의 수위가 마침내 낮아지기 시작했다.
당국이 제방에 인위적으로 구멍까지 내며 며칠간 필사적으로 '물빼기 작업'에 매달린 결과다.
8일(현지시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파키스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남부 신드주에 있는 담수호 만차르호의 수위가 전날 2피트(0.6m) 줄어든 22.4피트(6.8m)로 파악됐다.
이달 들어 만차르호의 수위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수용으로 활용되는 만차르호는 건기 때는 200㎢로 줄고 우기 때는 500㎢ 정도로 확장된다.
하지만 지난 석 달 우기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만차르호가 범람할 경우 인근 세흐완시 등에 사는 주민 50만명 이상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이에 당국은 지난 주말부터 제방에 구멍을 내 인구가 적은 다른 지역으로 물을 빼기 시작했다.
새롭게 물길이 난 지역은 침수됐고 해당 지역 주민 10만명 이상은 대피에 나섰다.
하지만 수위는 계속 상승했고 당국은 제방에 추가로 구멍을 내고 기존 구멍은 더 넓히는 등 배수 작업을 확대했다. 이후 전날부터 결국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잠 칸 쇼로 신드주 장관은 영국 BBC뉴스에 "우리가 구멍을 뚫지 않았다면 인구가 많은 몇 개 도시가 파괴되면서 많은 이들이 위험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계절성 몬순 우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다 몬순 우기 때면 큰 피해가 생기곤 했지만, 올해는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달았다.
우기 동안 누적된 사망자 수는 1천343명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이번 홍수로 약 3천300만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신드주 등의 상황을 돌아본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보이는 곳은 모두 물"이라며 "마치 바다와 같다"고 한탄했다.
현지 폭우는 지난 며칠간 잦아들었지만 이미 내린 비와 빙하가 녹은 물 등이 더해지면서 곳곳은 여전히 침수된 상태다.
샤리프 총리는 물이 빠지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 위원회는 최근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가 125억달러(약 17조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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