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혼란·인플레·연쇄파업 등 총체적 난국
'국가통합 상징' 여왕의 서거에 왕실 구심점 유지될까 우려도
![](https://img.wowtv.co.kr/YH/2022-09-09/PRU20220909286401009_P2.jpg)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영국의 최장 집권 군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나면서 그러잖아도 정치적, 경제적 격변기에 있는 영국이 또 한 번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여왕은 영국이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 처해 있는 와중에 서거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봉쇄기간 발생한 '파티 게이트'로 지난 수개월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어야 했다. 여왕이 서거한 것은 리즈 트러스 외교부 장관이 신임 총리로 오른지 이제 사흘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영국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영국은 여기에 더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부작용에도 시달리고 있다.
영국 가계 경제 사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파운드화 가치는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철도와 우편 등 공공 파업이 이어지면서 영국 사회는 연쇄 파업으로 민심이 흉흉했던 1970년대 후반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과 비슷한 분위기다. 불만의 겨울은 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인금인상을 제한하자 영국 노조들이 1978~1979년 겨울에 일으킨 일련의 파업을 뜻한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성장을 끌어내고 가계 에너지 지원 방안도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또 지난 20년 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은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http://img.yna.co.kr/photo/ap/2022/09/09/PAP20220909114001009_P2.jpg)
그러나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을 일컫는 '트러스노믹스'는 결국 대규모 차입으로 이어져서 가뜩이나 가파르게 뛰고 있는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사고 있다.
70년간 재위한 여왕이 떠나면서 영국 왕실이 새로운 군주와 함께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왕실은 여왕의 서거로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국왕 자리를 자동 승계해 찰스 3세로 즉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찰스 3세는 이미 74세로, 영국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군주가 됐다.
그가 왕위에 일찍 오르지 못한 것은 다이애나비와의 파경 등 개인사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http://img.yna.co.kr/photo/etc/af/2022/09/09/PAF20220909137301009_P2.jpg)
여왕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서 나라가 어려울 때 중심을 잡으며 국민의 단결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고, 여왕의 이런 역할 덕분에 왕실도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영국 국민을 통합하고 지탱해주던 여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호감도가 떨어지는 새로운 군주의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