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서거] 마지막 1주일도 임무 다하고 앓을 새도 없이 떠났다

입력 2022-09-09 22:55   수정 2022-09-10 00:04

[英여왕 서거] 마지막 1주일도 임무 다하고 앓을 새도 없이 떠났다
서거 이틀전 트러스 신임 총리 임명…주말엔 가족·성직자와 재밌게 대화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 전 마지막 1주일간도 임무를 다하고 주말에는 성직자, 가족과 즐겁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왕이 최후로 수행한 중요 임무는 별세를 불과 이틀 앞두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을 정식으로 수락하고, 리즈 트러스 새 총리를 자신의 15번째 총리로 임명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여왕은 75년 전 21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전 생애를 국가에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극기심을 갖고 공적 의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여왕은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조용한 여름휴가를 보낸 후 생애 최후의 며칠 동안 활기차게 왕실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존슨 전 총리와 트러스 총리가 스코틀랜드로 가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1천 마일(1천609㎞)에 달하는 왕복 여행을 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왕의 건강이 최상이 아니라는 우려가 대두됐다.
당초 여왕은 자신이 직접 런던으로 가겠다고 했으나, 여왕의 편의를 위해 이같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96세인 여왕은 지난 2일 자신의 70년 재위 기간 몇 차례만 제외하고 즐겨 참가하던 스코틀랜드 전통의 브래머 개더링 축제에 불참할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 찰스 왕세자 등이 축제에 참석하는 대신 여왕은 밸모럴성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후 지난 6일 여왕은 존슨 전 총리에게서 먼저 사직서를 제출받고 나중에 트러스 신임 총리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여왕이 지팡이를 짚기는 했어도 이때까지 현장에 있던 누구도 그의 마지막 임무 순간이 되리라고 예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왕은 당시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일국의 군주이면서도 할머니 같은 편안함을 국민에게 안겨 줬다.
그는 트러스 신임 총리와 내각 구성에 관한 공식 회동 후 사적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7일 오후 6시 직전 여왕의 몸이 안 좋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가 왔다. 이날 저녁에 열릴 예정이던 추밀원(국왕을 위한 정치문제 자문단) 회의가 연기된 것이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어제 하루 일정을 온전히 소화한 후 여왕 폐하는 오늘 오후 의사들의 휴식 권고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8일 오후 12시 30분께 여왕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뉴스가 타전됐고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직계가족들이 속속 병상으로 모여든 가운데 여왕은 서거했다.
9일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여왕은 서거 전 주말인 지난 3일과 4일 왕실교회에서 설교하러 온 스코틀랜드 성직자와 각각 만찬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
이언 그린쉴즈 은퇴목사는 여왕이 심각히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놀랍게도 정정했다면서 "생기와 총기가 가득했다"고 당시 모습을 전했다.
그러면서 여왕이 유년 시절 얘기와 40년 전에 탔던 말들과 사람 이름, 장소들을 언급했다면서 "그 춘추에 기억력이 놀라웠고 진짜로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왕이 가족들에 둘러싸여 즐거워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슬픔을 나타내는 등 폭넓은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심지어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불과 며칠 전 발생한 일까지도 기억하고 있어 믿을 수 없었다고 그린쉴즈 목사는 말했다.

여왕은 그 전주 주말도 다른 성직자와 있으면서 밝고 기분 좋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왕과 함께했던 마틴 페어 목사는 "폐하는 시사와 역사 등 모든 것에 대해 최신 흐름을 꿰고 있었다"면서 "폐하는 분명히 강한 신앙의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왕실은 지난 6월 여왕의 즉위 70주년 기념 플래티넘 주빌리 이후 여왕의 일정을 줄여왔다. 그러나 여왕은 주례 총리 회동과 추밀원 회의는 꼭 참석하겠다고 고집을 부려왔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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