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장 "판결 동의않는다고 법원 정통성 부정하면 안돼"

입력 2022-09-11 03:17  

美대법원장 "판결 동의않는다고 법원 정통성 부정하면 안돼"
낙태 판결 이후 대법원 공격에 강한 우려…첫 공개 입장표명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지난 6월 하순 대법원의 낙태 판결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9일 밤(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사법 콘퍼런스에서 낙태 판결 이후 대법원에 가해지는 공격에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연방대법원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옹호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그는 "법원은 항상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판결을 해왔고, 그런 결정은 늘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면서 "그런 비판은 전적으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지만, 법원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단지 그 이유가 법원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헌법을 해석하는 합법적인 기능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치권이 법을 판단하고 여론이 대법원 판결의 지침이 되는 것을 사람들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방대법원은 6월 하순에 지난 반세기 동안 사실상 법처럼 여겨져 온, 임신 6개월 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그에 앞서 5월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결정문 초안이 이례적으로 유출되기도 했다.
이 판결은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했고, 일부 반대론자들은 로버츠 대법원장은 물론 보수 성향 대법관 자택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대법관 집 앞은 물론 대법원 청사 주변에 바리케이드 설치 등 보안 조치가 강화되기도 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매일 출근길에 대법원 앞 바리케이드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대법원은 당시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을 유지할지에 대해 결정을 하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했는데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에 대해선 6대 3으로 유지를,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선 5대 4로 폐기 결정을 각각 내렸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 유지에는 찬성했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자 별도 의견서를 내고 "사법 체계에 심각한 충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미 연방대법관 9명 중 보수성향 대법관은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6명으로 대법원 지형 자체가 보수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잇따라 임명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보수 성향 대법관인 닐 고서치 대법관은 당시 결정문 초안 유출과 관련해 "사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부적절한 시도는 사법 결정 과정에 위협이 된다"면서 유출자를 찾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버츠 대법원장도 당시 이를 법원에 대한 모독이라며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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