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학교 폐쇄는 문화 이슈…부모도 등교 원하지 않아"

입력 2022-09-12 12:32  

탈레반 "여학교 폐쇄는 문화 이슈…부모도 등교 원하지 않아"
교육부 장관 주장…SNS선 전 대통령 등 여학생 응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중·고등학교 여학생 등교 금지는 문화적 이슈로 학부모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누룰라 무니르 탈레반 정부 교육부 장관 대행은 11일(현지시간) 여자 중·고교 폐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매체와 dpa통신이 보도했다.
무니르 장관은 "우리는 이곳의 문화를 안다"며 "특히 외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10대 여자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체제하에서 중·고등 여학생 교육이 중단된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는 억지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남학생과 저학년 여학생에게는 차례로 등교를 허용했지만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대부분 막아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
이에 이달 초 동부 파크티아주의 주도 가르데즈의 여자 중·고교 4곳과 삼카니 지역의 여학교 1곳 등 5곳이 약 1년 만에 문을 열었다.
지역 주민과 교장들이 탈레반 정부의 승인 없이 등교를 재개한 것이다.
그러자 탈레반 정부는 지난 10일 해당 학교를 다시 강제로 폐쇄했다고 외신은 현지 주민과 소셜미디어(SNS)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등교했다가 귀가 지시를 받은 학생 중 수십 명은 거리에서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이들 여학생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파크티아주 여학생의 목소리는 아프간 모든 딸의 목소리"라고 썼다.
카르자이는 2002∼2014년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프간 수도 카불에 머물고 있다.
일부 여성 운동가들도 언론 매체에 배포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은 교육받은 여성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외출, 취업, 교육 등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재집권 후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당 부분은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 인권 침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아프간 여성은 남성 가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고 외출 시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을 입어야 한다.
탈레반은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지난 3월 23일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꿨다.
당시 교육부는 등교 시작 몇 시간 만에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다음 고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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