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 보고서, 북한 강제노역도 구체적으로 지적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강제노동이나 억지 결혼 등 '현대판 노예제'의 피해자가 전세계에 약 5천만명에 달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ILO가 인신매매 근절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 '워크프리'(Walk Free)와 함께 12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현대판 노예제의 피해자 수는 4천957만명으로 집계됐다.
성매매를 포함한 강제노동 피해자가 2천758만명, 강요에 의한 강제 결혼 피해자가 2천19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피해자 숫자가 4천30만명이었다. 5년 만에 1천만 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현대판 노예제 피해의 대다수인 86%는 민간 분야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14%는 국가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 분야 피해자 가운데 강제노동 착취 피해자가 1천730만명, 강제 성매매 희생자는 630만 명이었다. 국가가 주도한 강제노역에 끌려간 이도 390만 명에 달했다.
피해자 가운데 36.3%(복수선택)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20.8%는 학대를 당했으며, 어떤 형태로든 위협을 당한 경우도 19.3%에 달했다.
벌금 등으로 강제(9.6%)하거나 빚을 늘려가며 노동을 강요(5.1%)하는가 하면, 고립시키고(4.5%)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거나(3.7%) 추방 위협(2.5%)을 한 사례도 있었다.
강제 결혼은 남녀 모두 피해자가 많았지만, 여성의 비율이 67.9%로 남성(32.1%)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여성 아동의 강제 결혼 피해가 심각해, 피해 아동 900만명은 여성(86.9%)이 대다수였다.
ILO는 수감시설에서 벌어지는 국가 주도의 강제노역 문제를 지적하면서 북한의 사례를 거론했다.
ILO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작년 북한의 수감시설에 대해 "일반적인 수감시설에서 극도로 가혹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는 반인도적 범죄 가운데 '노예화'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OHCHR은 북한 수감자들이 건설, 농업, 임업, 광업 등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시간 노동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등 전체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이들이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업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구타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가이 라이더ILO 사무총장은 "현대판 노예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각국) 정부들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기업과 시민사회, 일반인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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