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면적 수온 2℃ 낮출 때 15% 약화…엄청난 에너지 투입해도 효과 미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초강력 태풍'으로 세력을 키워 우리나라까지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북상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높은 해수면 온도였다. 예년보다 더 뜨거워진 바닷물이 에너지를 공급한 것인데, 지구온난화로 괴물급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바닷물 수온 상승에 근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수면 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춰 열대 저기압의 위력을 약화하는 방안이 관심을 끌어왔지만, 설사 바닷물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무한한 힘이 있다고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마이애미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대기학 교수 데이비드 놀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엄청난 양의 바닷물 수온을 낮춰도 허리케인 세력은 조금밖에 약화하지 못한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첨단 대기 컴퓨터 모델과 대기-해양 상호작용 이론을 결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남북한을 합친 면적(22만3천㎢)보다 넓은 최대 26만㎢ 해역의 해수면 온도를 2℃까지 낮췄을 때 허리케인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다.
수온을 낮춘 바닷물은 최대 2만1천㎦에 달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사용된 전체 양의 100배가 넘는 비현실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수온을 인위적으로 낮춘 해역을 최대로 넓힌다 해도 허리케인의 위력은 15%밖에 약화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육지에 상륙하기 전 허리케인의 위력을 조금 약화하는데도 엄청난 양의 바닷물 온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허리케인 강도를 미미하게 약화한 것이 피해나 위험을 줄이는 결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따라서 기반시설을 강화하고 대피 절차를 효율화하는 등의 다른 대비책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놀런 교수는 허리케인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점은 명백하다면서 "허리케인(의 진로나 위력 등)을 수정하려는 다양한 방안이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몇 년마다 특허까지 출원되곤 하는데,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룬 논문을 발표하게 돼 만족스럽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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