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컵라면·우유제품 62% 점자 표기 없어…가독성도 낮아"

입력 2022-09-14 12:00   수정 2022-09-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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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컵라면·우유제품 62% 점자 표기 없어…가독성도 낮아"
소비자원, 121개 제품 조사…유통기한 점자 표시 제품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음료와 컵라면, 우유 제품 중 62.3%에 유통기한 등에 대한 점자 표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자 표시가 있더라도 가독성이 낮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4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14개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음료와 컵라면, 우유 제품 321개를 대상으로 점자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개 업체의 121개 제품(37.7%)에만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 식품의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조사대상 7개 음료 업체 중에서는 롯데칠성음료 생산 제품의 점자 표시율이 64.5%, 4개 컵라면 업체 중에서는 오뚜기라면 제품의 점자 표시율이 63.2%로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음료는 191개 제품 중 49.2%(94개)에 점자 표시가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캔 음료는 89개 중 89.9%에, 페트병은 102개 중 13.7%에 점자 표시가 있어 용기 재질에 따라 점자 표시율의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컵라면은 90개 제품 중 28.9%에, 우유는 40개 제품 중 서울우유의 3천mL 제품에만 점자가 표시돼 음료보다 점자 표시율이 낮았다.
점자 표시가 있는 121개 제품을 대상으로 표시 내용과 가독성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음료(94개) 중 85.1%가 '음료'나 '탄산'으로만 표기됐고 '칠성사이다' 같은 제품명을 표시한 제품은 14.9%에 불과했다.
컵라면은 26개 제품 모두 제품명이나 제품명을 축약해 점자 표시를 했고 우유는 업체명을 표시했다.
식품의 유통기한을 점자로 표시한 제품은 없어 시각장애인이 구매 후 보관 과정에서 변질된 식품을 섭취할 위험이 비(非)시각장애인보다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40∼70대 시각장애인 소비자 20명이 점자 표시가 확인된 78개 제품의 가독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92.3%가 '상·중·하' 가운데 '중' 미만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페트병 음료의 점자는 촉감이 약하고 점의 간격이 넓어서 가독성(3점 척도에 1.04점)이 가장 낮았다. 캔 음료 점자는 캔 테두리와 위치가 가까워서 가독성(1.40점)이 낮았고 컵라면 점자는 용기에 부착된 비닐 포장이나 점자 표시 방향(세로)이 불편해 가독성(1.62점)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자 가독성이 가장 높은 제품은 2.95점을 받은 서울우유 제품이었다.



소비자원이 음료류와 라면류(컵라면), 우유류 중 1개 이상의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시각장애인 1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식품 구매 선호가 61.5%, 온라인 구매 선호가 38.5%였다.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바로 구매가 가능해서'가 39.8%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식품에 점자 표시 등이 미흡해 매장에서 구매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3.8%였다.
식품 점자 표시에 대한 만족도는 71.9%가 불만족(40.1%)하거나 매우 불만족(31.8%)한다고 답했다.
식품의 점자 표시와 관련해 불편을 겪은 경험에 대해서는 캔·페트병 음료류는 83.3%, 컵라면은 74.0%, 우유류는 67.7%가 불편을 경험한 것으로 답했다.



불편 이유는 '점자 표시가 없었다'는 응답이 음료류(71.9%), 컵라면(67.6%), 우유류(75.4%) 모두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식품에 표시되길 희망하는 점자 내용(복수응답)은 음료류와 컵라면은 '제품명'이 각각 80.7%, 84.9%로 가장 많았고 우유류는 유통기한(88.0%) 표시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식품 점자 표시 활성화와 가독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소비자원 소셜미디어(SNS)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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