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최소 49명 사망"…아제르 "아르메니아군이 도발해서 대응"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2년 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에 전쟁이 벌어졌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에서 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13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의회에 참석해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으로 군인 49명이 전사했으며, 최종 사상자는 여전히 집계 중"이라고 전했다.
파시냔 총리는 전날 밤부터 아제르바이잔군이 국경 넘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밤사이 격렬하게 이어진 포격은 현재 소강상태라고 파시냔 총리는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군의 도발에 대응한 것일 뿐 민간 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군이 국경 지역에서 경고를 무시하고 지뢰를 매설했고, 위협 사격도 가했다는 것이 아제르바이잔군의 입장이다.
주변국들은 일제히 양국의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양 측의 모든 병력은 이번 사태 이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EU는 두 국가 사이에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안건 상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터키)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아르메니아는 도발을 중단하고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 협상과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양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며 분쟁 자제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크렘린궁은 양측의 정전을 중재했으며 긴장 완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교전 격화에 대해 극도로 우려한다"며 "러시아의 중재 결과인 합의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전이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측은 이날 오후에도 교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옛 소련 구성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2020년 9월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전쟁을 벌였다.
양측의 교전으로 약 6천600명이 사망한 끝에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체결됐으나, 사실상 아제르바이잔의 완승으로 전쟁이 마무리됐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주요 지역을 장악했으며,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5년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2천명 규모의 평화 유지군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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