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여야 미 상원의원 2명이 백악관의 만류에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 추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과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 등 2명의 상원 의원이 14일(현지시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블루먼솔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테러지원국 지정) 조치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민간인을 살해하며 잔혹한 탄압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동 발의자 그레이엄 의원은 "테러지정국으로 지정하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미국의 우방국에 강력한 지지의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발의한 법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소개했다.
두 상원의원은 이같은 법안을 수개월째 추진해왔다. 7월에는 직접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법안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법안이 실제로 표결에 부쳐질지,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의 교역을 사실상 전면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국방 관련 수출이 제한되고, 민간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물품도 수출입이 통제된다. 러시아 측과 거래한 이들을 제재할 수도 있다.
현재 부과된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전쟁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미 의회 역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면서 정부를 압박하다 이날 실제 법안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테러지원국 지정 권한을 가진 미국 정부는 이 방안에 소극적이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지정권자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등 조 바이든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가령 식료품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거래를 용인하고 있는데, 테러지원국이 되면 모든 거래를 막아야 해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백악관은 이미 부과된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도 원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수감자들의 석방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관계가 단절되면 러시아에 있는 미국 외교관들이 모두 추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 단교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는 데 따른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