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서 제출 의무화…오르반 보수정권 규제 강화
"생명의 기회" vs "임신유지 어려운 여성에 트라우마"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앞으로 헝가리에서 낙태를 하는 임신부는 먼저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핀테르 산도르 헝가리 내무부 장관이 최근 '낙태 전 태아 심박음 청취 의무화' 시행령을 공표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핀테르 장관은 시행령을 공표하면서 "헝가리 국민 약 3분의 2가 심장박동과 새 생명을 연관시킨다"며 "현대 의료장비는 임신 초기부터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다. 임신부는 더 종합적인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임신부가 낙태하려면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확인서에는 임신부가 "태아의 생명 기능을 보여주는 요소를 분명히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긴다.
더타임스는 극우 성향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그나마 비교적 느슨했던 헝가리의 낙태 관련 법안을 강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국회의원들은 이 제도를 '생명의 기회'라며 반겼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 제도가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앰네스티 헝가리 지부는 "분명한 후퇴다. 나쁜 신호다. 이번 시행령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원치 않는 임신으로 어려운 상황인 여성들의 트라우마만 악화시키고, 부담은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헝가리의 한 여성단체는 "오르반 총리의 출생률 올리기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태아의 심장 활동은 임신 6주차부터 감지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태아의 심장박동'이라는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 시기 태아에게는 아직 심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장 박동'처럼 들리는 것은 초음파 기계가 태아의 전기 펄스를 소리로 바꿔 들려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헝가리는 임신 12주까지 낙태가 허용된다. 그 이후 시기에는 심각한 건강 문제가 우려될 때만 낙태가 허용된다. 사실상 낙태가 불법인 폴란드, 독일 등에 비하면 비교적 낙태 관련 법이 느슨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헝가리 국민들은 낙태를 더 유연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헝가리의 응답자 70%는 임신 20주차 이전에는 대다수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부분의 경우 낙태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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