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산업생산 하락폭 예상보다 작아…"전쟁 없었다면 제조업 안 좋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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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전쟁물자 생산 확대를 통해 제조업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통계청은 올해 7월 자국 산업생산이 전년과 비교해 0.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4.3% 감소해 6월(-4.9%)보다 하락 추세가 둔화했다.
러시아 산업생산 실적은 4월부터 마이너스 1∼2%대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하락폭이 크지 않아 러시아 경제가 의외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으로는 러시아가 군수품 생산을 늘리면서 맞이한 방위산업의 뜻하지 않은 호황이 지목됐다. 방위산업이 제조업 실적을 떠받치고 경기 부양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7월 러시아에서 생산된 '금속 완제품'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 완제품에는 칼 같은 품목 외에도 무기와 폭탄, 로켓, 각종 탄약 등이 포함된다.
또 자전거를 비롯해 선박, 항공기, 군용차량 등을 아우르는 '기타 운송차량과 장비' 부문 실적도 상당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7월 기업에 군수품 생산과 추가 근무를 강요하는 법안에 서명해 전쟁물자 생산 확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타티아나 오를로바는 "7월 데이터는 군사산업단지에 대한 국가 명령의 증가가 러시아 제조업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지난 몇 달간 공업생산 수치가 의심스러울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아니었다면 (러시아의) 제조업은 상황이 훨씬 안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한 러시아 경제학자 예브게니 수보로프도 러시아 당국이 내린 군사적 명령이 7월 제조업 회복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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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블룸버그는 방위산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군수품 부품과 기술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주요 자금줄인 가스도 제재를 가하는 유럽 대신 중국 같은 우방국에 저렴하게 판매하면 에너지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으로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러시아 경제분석가 야니스 클루게는 올해 1∼7월 러시아 국방비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0억 달러(약 28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소모전이 된다면 러시아가 재원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러시아는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이란과 북한 등에 손을 뻗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북부 지역에서 반격에 성공하면서 러시아는 장기전 대비 차원에서 각종 자원을 더 긴급히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가 분석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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