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국경선 탓 교전 반복…탱크 등 중화기 동원된듯
우크라전 비롯해 옛 소련권 안보불안 속 발생한 유혈사태
(블라디보스토크·서울=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유철종 기자 = 16일(현지시간) 접경 지역 무력 충돌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양국이 휴전에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키르기스 국경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양국 국가안보실장이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 후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에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재차 요청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리는 제3자를 통한 도발을 포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중단하도록 양측에 긴급하고 포괄적인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키르기스 서남부 바트켄주와 타지크 북부 수그드주가 접하는 국경 지역에서 양측 국경수비대가 국경선 전역을 따라 교전을 벌였다.
키르기스 국경수비대는 "오전 6시(한국시간 오전 9시)부터 타지크 측이 중화기로 우리 국경수비대를 공격했고 이어 박격포 공격이 뒤따랐다"며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국경수비대는 오전 9시 30분 현재도 국경 지역 상황이 여전히 긴장돼 있다며 타지크 측이 탱크, 장갑차, 박격포를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키르기스 보건부는 이날 국경 충돌로 자국민 42명이 부상해 바트켄주의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치료를 위한 헌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타지크군 관계자는 스푸트니크 통신에 "키르기스 국경수비대가 수그드 지역 이스파라의 우리 군 초소에 중화기와 박격포 공격을 가해 타지크 국경수비대원 1명이 숨지고 다른 3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접경지 위험지역에 사는 키르기스 주민들은 한때 서둘러 대피에 나서기도 했다.
키르기스스탄 서남부와 타지키스탄 북부 국경 지역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국경선 때문에 양측 주민과 군인들 간에 자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양국 국경 지역에서 하루 동안 세 차례나 교전이 발생해 키르기스 측에서 2명의 국경수비대원과 3명의 민간인이 부상했고, 타지크 측에선 11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부상하고 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교전 이후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또 지난해 4월에도 키르기스스탄 바트켄주와 타지키스탄 수그드주 접경지대에서 저수지 접근권 문제로 양측 주민들 간에 벌어진 충돌이 군인들 간의 교전으로 번지면서 양측에서 50명 이상이 숨지고 280여 명이 다친 바 있다.
옛 소련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는 모두 러시아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다.
양국의 무력 충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7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역시 옛 소련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영토 문제를 두고 대규모 교전을 벌이는 등 옛 소련권의 안보 상황이 심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발생했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