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장관에게 확인받아"…러시아 선거개입 논란 일단락
"대러시아 제재 효과 있어…우크라이나 지원 계속돼야"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전 세계 비밀 정치자금 후원 리스트에 이탈리아 정당은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리는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자금 지원 대상자 명단에 이탈리아 정치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 정보당국을 통해서도 이번 총선에서 경쟁하는 후보와 정치인에게 러시아 자금이 은밀하게 지원된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탈리아 조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점화된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은 드라기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3일 러시아의 해외 비밀 정치자금 후원과 관련한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발표였다.
미국 국무부는 정보국 조사 결과,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전 세계 정당, 관료, 정치인을 포섭하고, 해당 국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최소 3억 달러(약 4천172억원)를 비밀리에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가명 등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탈리아 정치권과 언론은 '친푸틴' 인사로 분류되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화살을 겨눴다.
특히 25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두 정치인이 속한 우파 연합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폭로가 나오면서 이탈리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극우 정당 동맹(Lega)을 이끄는 살비니 상원의원은 2019년에는 푸틴을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워 논란을 빚었다.
살비니 상원의원이 최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러시아보다는 유럽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제재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던 터라 의혹은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의 전 세계 정치 자금 후원 리스트에 이탈리아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현재 전 세계는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극우 정당이 정부의 주축이 될 경우 유럽연합(EU)과 연대와 결속을 다지기보다는 국익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유럽의 분열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제는 효과가 있다. 러시아는 효과가 없다고 선전하지만, 효과가 있다. 해방 전쟁이 승리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제재에 관한 살비니의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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