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등 50개국 공동제안…러 "모든 나라에 다 허용돼야" 맞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유엔 회원국들이 다음주 열리는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허용하기로 16일(현지시간) 결의했다.
의사규칙상 일반토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등 고위급 인사들은 반드시 대면 연설을 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특별히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유엔총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찬성 101개국, 반대 7개국, 기권 19개국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국, 미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 50여개국이 공동 발의한 이 결의안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의 침략, 공격, 군사적 적대행위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유엔총회 회의에 대면 참석할 수 없는 국가수반은 사전 녹화 연설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앞서 유엔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020년 거의 화상으로 일반토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면 연설과 화상 연설을 모두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상당히 진정됐다는 점을 고려해 사실상 완전 오프라인 진행 복귀를 결정했으나, 전쟁 상황을 고려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만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대다수 서방 국가가 예외 허용에 찬성한 가운데 침공 당사국인 러시아와 북한, 쿠바, 시리아 등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과 이란 등은 기권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이날 결정을 가리켜 "절차적 결정을 정치문제화한 것"이라면서 "유엔총회가 일반토의에서 사전녹화 연설 허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연설이 필요한 모든 나라에 다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는 뉴욕에 방문할 수 없는 모든 나라 정상에게 사전녹화 연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안했으나 반대 67표, 찬성 23표, 기권 27표로 부결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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