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까지 고문실에 가둬…스리랑카인 7명 구조해 치료중"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등지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인들이 매장된 이들을 향해 재미 삼아 총을 쐈다는 증거가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모든 러시아 파시스트들의 범죄가 기록되고 있고, 증거가 수집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주민은 물론 외국인까지 가둬두고 학대한 고문실이 발견됐다"며 "지난 3월 스리랑카 시민 7명과 쿠피안스크 의대생들이 러시아군에 붙잡혀 지하에 갇혔다. 이들은 하르키우주 해방 이후 구출돼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움 외곽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묻힌 사람들의 수를 밝히기는 이르다"면서도 "고문과 모욕적인 처우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부차에서 저지른 짓을 이지움에서 반복했다. 우리는 하르키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이제야 알기 시작했다"며 "세계가 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유엔이 이지움 일대를 조사할 그룹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잘 된 일"이라며 "그들이 러시아 테러리스트의 소행을 목격하고 유엔 내 모두에게 이를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동북부 이지움에서는 약 450개 규모의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경찰이 매장지 발굴 작업을 진행 중으로, 다수의 시신의 목에 밧줄이 감겨 있고 손이 뒤로 묶인 것이 확인됐다. 또한 매장된 시신 대다수가 민간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점령했다 철수한 우크라이나 도시에서는 민간인 학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 부차에서는 시신 50여 구가 묻힌 집단 매장지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러시아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수백 구에 달하는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마리우폴에서도 위성사진을 통해 매장터가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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