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헤드-136, 짝지어 비행해 각각 레이더·대포 겨냥
"포병화력 부족한 하르키우서 사용…우크라 작전계획 바꾸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이란제 드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제92기계화보병여단의 포병사령관 로디온 쿨라긴 대령은 최근 러시아군이 이란제 자폭드론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WSJ에 전했다.
쿨라긴 대령은 지난주 하르키우 진지에 이란제 '샤헤드-136'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그가 속한 여단이 활동하는 작전 지역에서만 152㎜ 자주포 2대와 122㎜ 자주포 2대, BTR(병력수송장갑차) 2대를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지난달 실전 투입에 앞서 드론으로 미국이 제공한 155㎜ M777 곡사포를 타격하는 등 시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란제 드론의 존재는 현지 당국과 서방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3일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이 운용한 이란제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히며 러시아어로 표기된 드론의 부품을 공개했는데 날개 부분이 샤헤드-136과 동일했다.
영국 국방부도 지난 14일자 현황 분석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이란제 드론을 배치하고 최전방 인근에서 전술적인 타격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이란 드론은 주로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수복한 하르키우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쿨라긴 대령은 다른 지역에서 러시아군은 압도적인 포병화력을 지녔지만 하르키우 지역에서는 상황이 달라 드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전략컨설팅업체 '레드 식스 솔루션'의 스콧 크리노 최고경영자(CEO)는 샤헤드-136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같은 첨단 무기시스템에 대응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노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샤헤드-136의 존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우크라이나의 작전 계획을 바꾸고 있다"며 "샤헤드가 목표물을 추적하면 멈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샤헤드-136가 보통 짝을 지어 비행하는데 하나는 레이더 시스템을 겨냥하고 또 다른 하나는 대포를 타격하면서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쿨라긴 대령은 이란 드론이 비교적 작아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이 감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란 드론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란의 무기가 중동 지역 넘어 확장했다는 점을 보여줌을 동시에 러시아의 드론 체계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설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