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가이드라인에 한국 발전상 포함…"전쟁 극복 원동력 배울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와 경제가 초토화된 우크라이나가 한국전쟁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을 교과서에 싣는다.
20일(현지시간)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한국의 발전상을 교육 과정에 포함하도록 세계지리 10학년(한국의 고교 2학년에 해당)과 세계역사 11학년 교육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최근 이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교과서 가이드라인에는 아시아 국가 중 중국, 일본, 인도 관련 내용만 있었으나, 이번 지침 변경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처음 포함되는 동시에 다른 아시아 3개국과 동일한 비중으로 다뤄지게 됐다.
변경된 세계지리 10학년 가이드라인은 서울을 싱가포르, 홍콩, 도쿄, 두바이,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로, 부산을 아시아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지도에 표시하도록 했다.
또한 경제지리, 국제정치, 무역 등에 관해 한국을 일본, 중국, 인도와 동일한 비중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학생들에 대한 평가 영역으로는 한국의 세계 및 아시아 지역에서의 위상, 수출지향적 경제모델, 특화 산업,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등을, 추가 탐구학습 연구주제로는 한국 경제발전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세계역사 11학년 가이드라인은 한국의 발전상과 함께, 민주화 경험과 경제적 기적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관계자는 "한국이 전쟁의 어려움을 딛고 어떻게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서 일고 있는 한국을 배우려는 움직임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국가 재건의 지향점으로 유럽의 선진국과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재건계획 중 기업친화적 제도개선과 관련된 내용에도 한국이 주요 사례로 포함됐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교과서 내 한국의 발전상 반영을 위한 협력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국 발전상을 기술할 필요성에 대해 제안했다.
김형태 대사는 행사에서 "아시아에서 한국을 균형 있게 다루지 않는 것은 객관적 세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과연 어느 나라를 더 알고 배워야 장차 국가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과 무관하게 처음으로 한국의 발전상을 담은 9학년 지리 교과서가 올해 정식 교재로 선정됐으나 전쟁 이후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일선에 배포되지 못하고 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일부 인쇄를 지원했으나 전국 보급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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