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중국땅' 입장서 점점 후퇴…中 '미중관계 근간' 간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인식의 간극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의미다. 대만 문제에 적용하면 결국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미·중은 1970년대 수교 과정에서부터 합의를 이뤘고, 아직 그 합의가 파기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미국과 그에 반발하며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해석을 둘러싼 차이가 점점 봉합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BS의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때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물음에 "사실,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네 번째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적 대만 방어 발언에 대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9일 "미국의 정책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나는 우리 정책은 일관되고 불변이며,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식 변경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 외교 전문가는 20일 "애초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직접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의 대만관계법은 대만이 주권 국가인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할 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고 유사시 개입할 근거를 뒀다.
이 외교 전문가는 "지금 미국은 대만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은 정치적으로 양립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크레이그 싱글턴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위해 싸울 것임을 약속하고, 대만이 독립에 대해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대만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두드러진 경향성은 미국의 대만 방어 공약은 점점 명확해지는 반면, 하나의 중국 정책은 점점 퇴색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5일자로 업데이트한 '미국과 대만의 양자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삭제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뒤늦게 복원했지만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표현은 복원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3일 발표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은 "해당되는 상황(where applicable)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where applicable'이라는 표현은 각종 계약서 등에서 '해당사항이 있는 경우'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절대시하지 않는 미국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은 유지한다고 대외적으로 밝히되 그 핵심인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 인정 문제에서는 점점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근간'이라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을 사실상 미국의 동맹국으로 간주하는 바탕 위에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대만정책법안'은 양국 간 '하나의 중국' 갈등을 더 증폭시킬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법안은 지난 14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
결국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양국 최고위급 간의 접점 모색 없이 이 같은 견해의 간극이 커질 경우 미중 간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