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이 최악의 경제난 속에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사태를 겪는 레바논에 연료 지원을 제안했다고 레바논 알-마나르 TV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향후 5개월간 60만t의 연료를 레바논에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레바논 에너지부의 소식통도 이런 제안이 있었다고 확인하면서, 금명간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테헤란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그들이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루트 주재 이란 대사관은 연료를 실은 배가 2주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바논은 지난 2019년 본격화한 경제난이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등 악재를 만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경제난 속에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고 외화 보유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 등 연료 수입이 어려워졌다.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현재 레바논 국영 에너지 회사는 주민들에게 하루 2시간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자체 발전기를 돌려 부족분을 채우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연료를 보낸 바 있으나, 레바논 정부를 통한 정식 연료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대이란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대란을 겪는 레바논에 대한 이란의 연료 지원을 막지 않았다.
이후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에너지 위기 완화를 위해 이란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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