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민주당 의원 "유출 피해 돌이킬 수 없어…솜방망이 처벌 바꿔야"
일부 원사업자, 서면 합의도 없이 "기술자료 달라" 갑질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대·중견기업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훔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적발 때 부과되는 과징금은 10억원 안팎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년여간 기술자료 관련 하도급법 위반(부당한 기술자료 요구·서면 미교부·기술자료 유용)으로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가 부과된 사례는 총 27건이다.
법 위반 사항에 기술자료 유용이 포함된 사례는 이 중 11건이다.
하도급법상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요구할 수 있고, 이때도 요구 목적과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등을 미리 협의한 뒤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줘야 한다.
수급사업자에게 받은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도 당연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5년여간 기술유용 행위가 적발된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은 최대 13억8천600만원(쿠퍼 스탠다드)에 그쳤다. 이마저도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행위에 대한 과징금(1억5천만원)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자동차 부품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1차 협력사인 피에이치에이[043370](구 평화공정)는 회생 중인 2차 협력사의 기술을 빼돌려 결국 해당 업체가 파산했으나, 피에이치에이에 부과된 과징금은 10억8천800만원에 불과했다.
기술 유용행위가 초래하는 막대한 피해에 비해 과징금이 적은 것은 법 위반 금액을 산정하기 어렵고 정액 과징금 상한도 낮기 때문이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주지 않은 경우 미지급금을 법 위반 금액으로 보고 여기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과징금을 정한다. 하지만 기술유용행위는 현행 규정상 법 위반금액을 정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중대성의 정도를 고려해 10억원 이내로 위반금액을 정하고 여기에 가중·감경 요인을 반영하게 돼 있다 보니 최종 과징금이 10억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는 2016년 이후 줄곧 정액 과징금만 부과됐다.
공정위는 정액 과징금 상한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이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지만, 기술 탈취 행위를 차단하려면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위반 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기술 탈취 문제는 하도급 거래 환경 특성상 피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술자료는 한 번 유출되면 그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이를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응당한 처벌과 피해 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과징금 부과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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