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합의 조건으로 미국의 '보증' 재차 요구…서방 인권 '이중잣대' 비난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핵 프로그램은 인간과 평화로운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면서 이란에는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다며 날을 세웠다.
강경 보수 성향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인권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이란을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방은 미국의 아동 학대, 캐나다 원주민 착취,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제재 부활 방지 보증'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그들(미국)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만 해서 핵합의 복원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며 "보증과 보장 없이 어떻게 미국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 등 서방과 핵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3년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미국 측의 보증이나 합의가 깨졌을 경우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이란의 주장이다.
제재 부활 방지 보증 문제는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핵합의 복원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다.
최근 이란과 미국은 핵협상과 관련한 유럽연합(EU)의 최종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라이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공은 이란에 있다"면서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이날 연설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기소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솔레이마니의 사진을 손에 들고 "잔혹한 테러 행위를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기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 실세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버금가는 권력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2020년 1월 이라크에서 미군 드론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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