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쌀 심으라' 해석돼 공급과잉 깊어지고 악순환"
재정·소비자 부담 커져…"청년·미래농 육성에도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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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쌀이 과잉 생산됐을 때 의무적으로 격리(정부 매입)하는 방안이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식량정책관은 "2000년 이후 쌀 생산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큰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정부 매입이 의무화되면 쌀을 심으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되고, 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벼는 특히 다른 작물보다 재배는 쉽고 소득률도 높아 (농사) 진입이 쉬운 품목인데, 정부 매입이 의무화돼 판로가 보장되면 벼 농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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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식량정책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 없이 쌀을 격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작년산 쌀 37만t을 매입하는 데 약 7천800억원이 들었는데, 격리량이 늘면 재정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쌀 관련 예산만 2조3천억원 편성돼 있다"며 "시장격리 예산이 늘어나면 청년농 육성,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설립 등 농업의 미래 성장에 투입될 예산을 늘리는 데 제약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정 식량정책관은 쌀이 과잉 생산됐음에도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정부가 쌀을 사들이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에는 쌀이 초과 생산됐는데 수확기 가격은 전년보다 1.3% 높았다"며 "이때 정부가 매입했으면 가격이 더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가격이 계속 오르면 소비자와 서민층의 부담도 커지고, 쌀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며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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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식량정책관은 장기적으로 쌀 공급과잉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체 작물 생산 확대와 벼 재배 감축, 쌀 소비촉진을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논에 벼 대신 밀, 콩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루쌀 산업을 육성해 밥쌀을 대체하고 세대·가구형태·성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쌀 소비를 촉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 식량정책관은 "궁극적으로는 쌀 소비가 감소하는 만큼 벼를 덜 심는 게 가장 좋지 않겠나"며 "정부매입 의무화는 이를 역행하는 측면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고 거듭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어 지난 20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오는 25일 발표가 예정된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을 검토한 뒤 논의를 이어가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했다.
이에 농해수위는 오는 26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전 식량정책관은 25일 발표될 정부 대책에 작년산 구곡을 추가 격리하는 방안도 담기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까지 오픈돼 있다는 입장으로,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텐데 지켜봐달라"라며 말을 아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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