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의견일치"…1965년 언급 안 한 대통령실 발표문과 대비
'피고 기업이 돈 내고 사죄' 피해자 요구와 충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이 없다는 인식을 에둘러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무성은 한일 양국 정상이 "현안을 해결하고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필요성을 공유하고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일한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일한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에 일치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회담 내용을 전했다.
이런 설명은 외무성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대화 내용을 요약해 '일한 수뇌(首腦) 간의 간담(懇談)'이란 제목으로 한국시간 22일 오전 연합뉴스 등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담겼다.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일한 우호 협력 관계를 기반을 토대로 한다는 것은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과 더불어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한일 양국과 국민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규정이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내세우며 강제 노역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며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뉴욕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주고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회담 내용을 압축하면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하겠다'고 굳이 기재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기본적으로 한국 측에 있다는 인식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일한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한다는 방침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으나 한국 정부는 회담 결과를 소개할 때 1965년 한일 수교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대비됐다.
대통령실이 '한일 정상 약식회담 결과'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자료는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해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기술했다.
일본 정부의 발표문에 담긴 인식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피해자들의 요구와 충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들은 피고 기업(일본 측 가해 기업)이 판결 이행을 위한 돈을 내야 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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