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점령지 상당 부분을 다시 내어주며 수세에 몰렸던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동원령을 발동, 병력을 끌어모으며 '한판 뒤집기'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부분적 동원령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러시아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 방송 등 외신 보도를 토대로 러시아 동원령과 전쟁 상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왜 총동원령이 아니라 부분 동원령인가.
▲ 러시아군이 특정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한정적으로 동원해 병력을 충원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인구 전반에 걸쳐 강제로 징집을 시행하고, 경제 시스템을 포함한 국가 구조를 일상적인 상태에서 전시체제로 전면 전환하는 총동원령과는 차이가 있다.
-- 예비군이 몇 명이나 동원될까.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약 30만 명에 달하는 예비역들을 군에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미 이들에게 소집 통지서를 보내고 동원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현재 예비군 자원만 2천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번 동원 규모는 전체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투입했던 정규군 병력 15만 명의 2배 가까이 증원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 숫자가 결코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쇼이구 장관은 최근까지 자국 전사자가 5천397명에 불과하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7만∼8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상대로 입대를 설득할 정도로 병력난을 겪고 있다.
실전 투입이 가능한 예비역 규모를 놓고도 관측이 엇갈린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예비군이 징집병과 계약병 출신을 모두 합쳐 200만 명 정도인데, 이들 중 10% 정도만 군사 훈련을 지속해서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선에 투입돼야 할까.
▲ 일단 현재 예비역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나 의료부문 종사자, 다양한 기술 전문가 등이 우선적으로 동원돼 일정 기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지역별 인구에 비례해 병력을 뽑는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가장 많은 병력이 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학생이거나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 필수 산업 분야 인력 등은 동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된 예비군의 복무 기간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동원령에 따르면 이미 계약된 군인들의 복무 기간도 자동 연장되는 만큼,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들의 제대 시점도 한없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 핵무기 카드까지 꺼낼 수 있을까.
▲ 푸틴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러시아가 핵무기를 다수 보유한 것을 내비치며 으름장을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냉전 시대부터 약 80년간 핵무기를 자체 개발해 보유해온 핵 강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포하지 않겠다던 과거 자신의 말을 뒤집는 상황까지 왔다는 점에서 전술핵 사용이라는 극단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 실제 핵무기 사용 의도가 담겼다기보다는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에서 지원하는 서방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취지였을 것이라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 러시아가 가진 핵무기는 얼마나 많나.
▲ 미국과학자연맹(FAS)은 러시아가 핵탄두 5천977기를 보유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천500기 정도는 이미 폐기됐거나 해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남은 핵탄두 약 4천500기의 대다수는 탄도미사일이나 로켓을 이용해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전술핵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핵무기 전부가 즉각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재 1천500기 정도가 공군기지나 잠수함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 9개 국가가 핵무기 보유로 평가된다. 미국(5천428기), 프랑스(290기), 영국(225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다 합친 규모와 러시아가 맞먹는 상황이다. 이밖에 중국(350기), 파키스탄(165기), 인도(160기), 이스라엘(90기), 북한(20기) 등이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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