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레이 "인터폴 수배됐다고 들어…죄지은 적 없고 후회 안 해"
작년 국제미인대회서 조국 참상 전해…군부, 반역죄로 기소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지난해 국제 미인대회에서 쿠데타 군부의 만행을 고발한 미스 미얀마가 태국 공항에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난민 신세가 됐다.
미인대회에서 군부를 비판하는 공개 발언을 한 그는 안전에 대한 우려로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고 태국에서 군정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비자 갱신을 위한 해외 방문 이후 입국이 거부돼 미얀마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
23일 방콕포스트와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이민국은 입국 거부된 2020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21일부터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있다고 전날 밝혔다.
한 레이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해 태국에 도착했으나 여권에 문제가 발견돼 입국이 거부됐다. 소식통은 미얀마 군부가 한 레이의 여권을 무효화해 입국이 거부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민국은 그가 본국으로 추방되거나 타고 온 항공사의 승인에 따라 다른 목적지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레이는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비자 갱신이 쉽다는 이민국의 말을 듣고 베트남에 다녀왔는데 입국이 거부됐다고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말했다.
그는 "내가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올랐다고 들었고, 내 여권도 분실 신고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태국 당국은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그곳에서도 입국이 거부돼 결국 미얀마로 보내질 것"이라며 베트남행을 거부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공항 수용소에 들어갔으나 현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권은 압수당했고 당국자가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한 레이는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인권 침해를 규탄했을 뿐"이라며 "위험한 상황에 놓일 미얀마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입국 거부 사태를 겪은 그는 "내 발언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내 믿음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 레이는 지난해 3월 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 결선 무대에서 조국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약 2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저항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했다.
세계 각국에 중계된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의 무대 한쪽에서는 미얀마의 유혈 참상을 담은 영상이 1분 30초가량 방영됐다.
한 레이는 "오늘도 미얀마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미얀마를 제발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세계 언론에 보도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한 레이는 군부의 처벌이 예상되자 귀국하지 못하고 태국에서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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