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부대표보 방통위 찾아 앱결제·망사용료 관련 문의…외압 의혹" 주장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25일 지난달 중순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애플 등 앱마켓에 대한 사실 조사에 착수한 직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방통위 실무자와 면담해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조 의원이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브라이언트 트릭 미 무역대표부 한국담당 부대표보(Deputy Assistant USTR Korea)는 지난달 23일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 2명과 함께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을 방문했다.
USTR은 양자·다자간 무역 협상을 수행하고 미국 정부 내 무역 정책을 조율하는 등 기능을 가진 정부 기관이다.
USTR이나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방통위를 방문한 것은 최근 3년 새 처음이라고 조 의원은 밝혔다.
조 의원에 따르면 트릭 부대표보 일행은 방통위 관계자들을 만나 방통위가 1주일 전 자국 기업인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을 대상으로 한 사실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은 지난 5월 17일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3개 앱마켓 사업자의 개정 전기통신사업법령(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위반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 점검을 한 뒤 이들 세 곳 모두 금지행위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16일 위반사항 확인을 위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트릭 부대표보 일행은 구글, 애플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의 법적 근거나 반복적 자료 제출 요구 여부 등을 묻는 한편, 미국 넷플릭스 등을 대상으로 한 국내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 납부 요구에 대해서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4월부터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국회에는 현재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지난 20일엔 국회 과방위가 망 사용료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어 입법 논의를 본격화했다.
USTR은 이전에도 종종 우리나라 방송통신 정책에 이견을 표해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USTR는 작년 3월 말 의회에 제출한 무역장벽보고서(NTE보고서)에서 한국의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새로운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간주하고 우려를 표했다.
또, '2022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는 한국 내 ISP로부터 요청받을 경우 해외 CP가 망 사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면 자국 CP가 한국 통신사와 경쟁에서 불리해지면서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USTR 측이 보고서 발표를 넘어 이례적으로 방통위를 직접 방문해 자국 기업 조사에 대해 문의한 것은 외압이 될 수 있다고 조 의원은 주장했다. 미국이 자국 IT 대기업 보호를 위한 압박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승래 의원은 "방통위가 구글, 애플의 앱마켓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한 지 1주일 뒤 USTR이 찾아온 것은 외압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방통위는 외부 눈치 보지 말고 공정한 앱마켓과 네트워크 시장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USTR 관계자가 방문해 전반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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