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75조원→50조원으로 감소…코스피 순매수액도 작년의 34% 그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금리 인상기에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개인 투자자 자금도 대폭 줄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1일 기준 50조7천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또 빅히트(현 하이브) 공모주 청약이 시중 자금을 흡수한 직후인 2020년 10월 7일의 47조7천330억원 이후 최저치다.
빅히트와 카카오게임즈[293490] 청약 기간을 제외하면 현재 투자자예탁금은 2020년 8월 12일의 50조2천996억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일인 지난 1월 27일에 기록한 연중 최고치 75조1천73억원과 비교하면 약 8개월 사이에 25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어서 주식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코로나19 이후 본격화한 유동성 장세에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 말 27조3천933억원에서 2020년 말 65조5천227억원으로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대체로 60조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작년 5월 3일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청약 환불금 효과에 힘입어 77조9천18억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화하고 증시가 부진에 빠지면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월 50조원대로 줄어든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투자 유인이 줄어든다. 주식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도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코스피는 작년 6월 3,300선까지 오른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최근 2,3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증시에서 주요 수급 주체로 자리 잡으며 상승장을 이끌었던 '동학 개미'의 화력도 약해졌다.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조5천116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순매수 금액 69조6천618억원의 34% 수준이다.
아울러 개인 코스피 순매수 금액의 84%에 이르는 18조166억원이 올해 들어 주가가 30%가량 하락한 삼성전자[005930] 순매수 금액이다.
개인의 삼성전자 매수 행렬은 주가가 9만원을 돌파한 작년 초부터 이어졌다. 따라서 최근 매수세는 추가로 주식을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물타기' 성격이 강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모든 주체는 소극적 태도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상승장을 주도한 개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며 "하락 구간에서 저점 매수에 나서는 '물타기' 성격 매수가 개인 수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에도 금리 상승 구간에서 매수 대기 자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현재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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