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대만해협 안정 중요"·왕이 "反대만독립 명확히하라"(종합2보)

입력 2022-09-24 09:25   수정 2022-09-24 10:52

블링컨 "대만해협 안정 중요"·왕이 "反대만독립 명확히하라"(종합2보)
'하나의 중국' 갈등 속 미중 외교장관 회담…"열린 소통라인 유지"
美 "우크라전 관련 러 지원하면 후과"·中 "對중국 탄압 그만두라"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이상헌 조준형 특파원 = 미중 간 갈등이 격해진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평화와 안정 유지를, 중국은 대만 독립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표명할 것을 각각 상대에게 요구했다.
양국 발표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양자 회담에서 이같이 요구 사항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지역 및 세계 안보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으로 폐기 논란을 빚었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수위가 높아진 중국의 대만 주변 무력 시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회담의 초점은 대만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왕 부장은 "미국은 중·미 3대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확하게 복귀하고, 각종 대만 독립·분열 활동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가 보도했다.
왕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표명했지만 최근 행동은 그것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또 "평화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는 중국 측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도 "평화적 해결과 대만 독립·분열은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우러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장관은 이날 대만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과 상대에 대한 요구 사항을 전달함으로써 향후 논의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만에 대해 동맹국 수준의 안보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대만정책법안'이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고,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내달 당 대회를 앞두고 '대만 통일'에 대한 선명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 양측간 대만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 구도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미중 간 열린 소통라인을 유지하고, 특히 긴장 상황 동안에 양국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중국과의 협력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화통신도 블링컨 장관이 양국 관계를 안정적인 궤도로 되돌리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미 양 대국은 공동 이익과 심각한 이견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 점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억제와 탄압을 골자로 하는 대중국 정책을 반성하고 바꾸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고만 하고, 걸핏하면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리는 행태를 그만두라"며 "중·미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발표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히면서 만약 중국이 이번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후과가 있을 것임을 경고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하고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저지할 의무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 발표는 "우크라이나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소개했고, 왕 부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양측은 회담이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중요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소통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회담 내용에 북한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추가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이 핵무력정책 법제화 등 도발적인 조치를 지속하고 대화 손짓에도 응하지 않는 상황에 비춰 블링컨 장관이 왕 부장에게 북한에 대한 설득을 거듭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울러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회담이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준비 차원의 협의도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 간 양자 회담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에 이어 2개월 만에 개최됐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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