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시위 격화 속 사상자 증가 우려…현지 방송 "지금까지 35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이들 시위대를 규탄하는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고 로이터 통신·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에만 수천 명 가까이 모인 친정부 집회 참가자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쿠란(이슬람 경전)을 위반한 자들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를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칭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 등이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자 "일부 국가들이 이란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서 "이런 외부 세력의 개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친정부 집회가 정부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조직됐다고 주장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친정부 시위가 이슬람 공화국의 힘과 명예를 보여줬다며 이들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 16일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적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와 치안 당국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이란 국영 TV는 지난 17일 시위가 발생한 이래 3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공식 사상자 수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란 여성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이란 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이날 마흐무드 알라비 정보부 장관이 '폭도'를 향해 "종교적 가치와 혁명의 위대한 가치를 이기려 드는 꿈은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군은 이번 시위는 "이슬람 정권을 약화하려는 적의 사악한 전략의 일부"라며 안보를 위해 적에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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