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지구방어 실험에 핵탄두 대신 운동충격체 택한 이유는

입력 2022-09-27 08:32   수정 2022-09-27 11:05

첫 지구방어 실험에 핵탄두 대신 운동충격체 택한 이유는
영화 '아마겟돈' 핵탄두는 최후 방어 수단…다양한 방어전략 연구 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에 충돌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인류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소행성의 충돌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방어 전략이 실험실을 나와 현실세계에서 첫걸음을 뗐다.
우주선이 '운동 충격체'가 돼 지구 충돌 궤도로 다가오는 소행성에 충돌하는 전략은 지금까지 검토돼온 소행성 방어전략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만큼 지구방어 전략 중에서는 가장 많이 연구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실험실 내에서 이뤄진 소규모 충돌 실험 결과를 토대로 만든 컴퓨터 모델에만 의존하고 있어 슈퍼컴퓨터라고 해도 한계가 있었으며, DART 우주선을 동원한 실제 충돌실험을 통해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
영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등에서 핵탄두를 이용해 지구 충돌 코스의 소행성이나 혜성을 파괴하는 것이 다뤄지면서 '소행성 방어 = 파괴'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소행성이나 혜성을 여러 개로 쪼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최후의 방안으로만 고려되고 있다.
DART 우주선도 다이모르포스에 골프카트를 몰고 대피라미드에 돌진하는 것과 같은 작은 충격만 가한다. 이를 통해 지구충돌 코스에서 밀어낼 정도의 궤도 변화를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다른 방어 전략도 운동 충격체와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중력트랙터'(gravity tractor) 방식은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키지 않고 길게는 수십년간 인근에서 같이 비행하며 서로 중력작용을 하게 해 지구충돌 궤도에서 벗어나게 한다. 500m 이상의 큰 소행성에는 효과가 없는 단점을 갖고있다.
또 소행성 표면에서 이온 엔진을 가동하거나 태양광 반사체를 설치해 소행성 속도와 궤도를 천천히 바꾸는 방식도 연구돼 있다.
모두 지구 충돌 코스의 소행성이나 혜성을 일찍 발견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구 충돌이 임박한 시점에서 너무 늦게 발견되거나 우주선 충돌로는 궤도를 변경할 수 없을 만큼 클 때는 영화에서처럼 핵탄두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방안이 동원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한 논문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1메가톤 핵장치로 지름 100m 소행성을 지구 충돌 두 달 전에 폭파하면 99%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13년 2월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18m 크기의 작은 소행성은 발견만 된다면 충돌 몇 분 전에라도 대륙간탄도탄(ICBM) 요격 미사일과 비슷한 작은 발사체로도 대처가 가능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핵탄두 대신 지름 10~30㎝, 길이 1.8∼3m의 침투성 막대를 '팰컨9'이나 우주발사시스템(SLS) 등 현재 개발된 로켓을 이용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길목에 쏘아 올려 소행성을 쪼개놓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소행성을 집채만 한 크기로 쪼개면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공중폭발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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