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도 조명 끈다는데…에너지 다소비 '구조개편' 박차

입력 2022-09-26 06:01  

에펠탑도 조명 끈다는데…에너지 다소비 '구조개편' 박차
불안한 공급망·늘어난 무역적자 대응…정책 무게추 '공급→수요'로
전기·가스요금 '가격신호' 미작동… 에너지위기에 소비절감 총력
해외에선 에너지절약 위반시 벌금·징역 입법까지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정부가 올겨울 '에너지 대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의 에너지 '다(多)소비' 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무게 추가 '공급'에서 '수요'로 점차 옮겨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당장 다음 달 에너지 다소비 30대 기업과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또 관광지와 공공건물 조기 소등,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하향 조정,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억대 최대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 내달 30대 기업과 에너지 효율 협약…동절기 총력 대응
2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 등 에너지 다소비 30대 기업과 내달 '에너지 효율 혁신 협약'(KEEP 30)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협약은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 효율 혁신 목표를 정해 산업 현장의 에너지 감축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포상, 협력업체 지원보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겨울 에너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산업계 역할이 중요하고, 특히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의 에너지 절감 동참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전력 소비량의 55% 정도가 산업용이었고 이 중 60% 이상이 30대 기업 사업장에서 사용됐다.
올해 2~3월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 약 1천800개를 대상으로 시행된 '도시가스 수요 절감 프로그램'은 내달부터 조기 시행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일정량 이상의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할 경우 캐시백을 지급하는 것으로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오는 12월부터는 전국의 가정용 도시가스 사용자 1천600만 가구로 대상이 확대된다.
산업부는 또 공공기관에 솔선수범하도록 동절기 에너지 절감 목표 및 계획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공공기관의 올겨울 적정 실내온도를 18도에서 17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 중 하나다.
외국처럼 관광지·공공건물의 외부 조명을 조기 소등하는 방안과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건물 외부 경관 조명이 에너지 소비량은 많지 않지만, 국민에게 '이런 것도 필요하구나'라고 에너지 절감 필요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관계부처들과 논의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가격 신호 미작동·에너지 공급망 불안·무역적자 확대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장 올겨울 에너지 대란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기·가스요금의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이에 맞춰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직은 전기·가스 사용에 큰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가스의 연료비 인상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는 대신 한전과 가스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물가로 국민 시름이 깊은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까지 대폭 인상하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가스요금이 연료비 인상분만큼 오르진 않았다.
산업부는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일반 국민 부담을 기업으로 일부 돌리려는 것인 만큼 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며 무역적자 규모가 역대로 커진 것도 에너지 소비 절감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금액은 1천252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89억달러(247.3%)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역적자(251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281억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달러 적자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33억달러 적자를 뛰어넘는 것으로 1956년 통계 집계 이래 66년 만에 최대 규모다.



◇ 파리 에펠탑 조명 조기 소등…독일 공공건물 온수 금지
올겨울 에너지 위기를 앞두고 에너지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와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조명은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꺼진다. 현재 오전 1시까지 밝히던 것에서 1시간 15분 단축한 것이다.
에펠탑 외 공공건물 조명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소등하고, 루이비통 매장도 야간에 소등하며 까르푸 매장은 조도를 30% 낮춰 점등한다.
독일은 공공건물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건물 복도·로비·입구의 난방을 금지한다. 또 공공건물, 야외수영장, 체육관 등의 온수 사용을 금지한다.
미관상의 이유로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에 불을 밝히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스위스는 가스 배급제를 검토 중이다. 시행할 경우 건물의 난방온도는 19도, 온수는 60도 이하로 제한하며 사우나와 수영장 등의 온수 사용이 금지된다.
스페인도 겨울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냉난방 시설이 있는 모든 건물은 자동문 닫힘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야외 경기장의 점등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절약 정책 위반 시 벌금·징역형 등의 처벌 도입도 추진 중이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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