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필요한 만큼 주저 없이 금리 조정"…긴급 금리인상 없자 실망감
국채 금리 2거래일 만에 1%포인트↑…은행들 주택담보대출 판매 일시 중단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지난주 감세 정책을 내놓은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한때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이어졌다.
26일 영국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약 5% 떨어지며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다. 이전 최저치는 1985년 2월 26일의 1.05달러였다.
파운드화 환율은 이날 1.09달러까지 올랐다가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급 금리인상을 할 것이란 기대가 무산되자 실망감에 도로 1.06달러대로 주저앉는 등 급등락했다.
금융시장에서는 BOE가 파운드화 가치 폭락에 대응해서 이번 주 비상회의를 개최하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BOE는 이날 늦은 오후 성명에서 자산가격 급변에 따라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물가 목표 2% 달성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금리를 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BOE는 그러나 11월 3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 때 상황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파운드화는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움직였다.
지난주 금요일인 23일 영국 정부가 50년 만에 최대 폭 감세 정책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파운드화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금융시장에선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물가 상승세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소득세율 인하로 감세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맞서 25일 콰텡 재무부 장관이 추가 감세 입장을 밝히자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졌다.
감세 정책은 이달 초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보수당 표심을 잡은 주요 비결이다.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유로화 대비로도 3.7% 하락하며 2년 만에 가장 낮은 1.0787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파운드화 약세가 강달러 때문만은 아님을 방증한다. 유로화도 달러 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날 달러 대비 환율이 0.9554 달러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 국가채무 확대 전망에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날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4.603%로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 9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러스 총리 정부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2 거래일만에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1%포인트가 뛰었다고 전했다.
최대 주택담보대출기관인 할리팍스 등은 금융시장 불안정에 놀라 일부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금융시장에선 BOE가 11월에 기준금리를 2.25%에서 3.75%로 한 번에 1.5%포인트 올리고 내년 여름이면 금리가 6%가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은 이날 BOE 발표 직전에 "11월 23일에 중기 재정 계획과 함께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성장과 국가부채 전망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금융시장 안정에는 역시 별 효과가 없었다.
BOE가 22일 양적완화 때 매입한 국채를 팔기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고 바로 다음 날 콰텡 장관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수반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선 영국 경제에 관해 자신감이 약해지고 있어서 파운드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올해 들어 파운드화 가치가 미 달러 대비 22% 떨어졌으며 연말에는 1파운드가 1달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지는 런던 시내 일부 환전소에서는 이미 이날 오후 100달러를 104파운드에 바꿔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주식시장은 안정적인 편이었다. 파운드화 약세로 혜택을 보는 수출기업이 많이 편입된 FTSE100는 보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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