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론 '솔솔'…전문가, 미 역할 주문

입력 2022-09-28 11:52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론 '솔솔'…전문가, 미 역할 주문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로 대표성 해결됐다는 中주장 오류"
"미국과 서방, 中 '결의 왜곡' 시도 항의서한 유엔 사무총장에 보내야"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 전문가를 중심으로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하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28일 대만의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아시아 안보 문제 전문가인 보이 글레이저는 지난 26일 필라델피아 소재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 주최 온라인 포럼에서 미국 정부에 대해 대만의 유엔체제 참여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레이저는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독일 마셜펀드'의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를 맡은 아시안 안보 문제 전문가다.
글레이저는 FPRI 화상포럼에서 먼저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로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대표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중국의 주장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글레이저는 중국이 주장이 잘못됐다는 근거로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는 1971년 10월 알바니아 대표에 의해 발의돼 가결된 결의로, 이 결의에 의해 중국이 유엔의 합법적 대표가 되고, 대만은 사실상 유엔에서 쫓겨났다.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에는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임을 인정하며 유엔 및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蔣介石) 정권 대표를 즉시 추방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만은 유엔 창립 멤버였지만 유엔총회의 이 결의에 따라 회원국 지위를 잃었다.
글레이저는 또 중국이 유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를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글레이저는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를 왜곡하고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유효하게 차단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항의하는 서한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낼 것을 미국 및 미국의 우방국에 촉구했다.
그레이저는 또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의 차이점을 강조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입장을 따르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주문했다.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인정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레이저는 또 미국 정부에 대해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 대만의 독립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는 점을 중국에 설명해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도 지난 8월 말 대만이 없어서는 안 될 국제적 파트너이자 국제사회에 기여할 능력이 있는 나라라면서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우 외교부장은 아일랜드 미디어 플랫폼 그립트(Gript)에 보낸 8월 29일자(현지시간)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유엔 무대에서 대만에 대한 "끊임없는 억압"을 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오류를 유포시킴으로써 세계를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은 서로 별개의 관할권을 갖고 있고, 서로에 대해 종속돼 있지 않다"면서 "대만인은 자신들의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의해 세계에서 대표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지난 9월 초 유엔의 웹사이트를 해킹해 대만의 유엔 가입을 촉구하는 글과 대만 독립을 형상화한 배너 등을 올린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유엔 체제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한 대만의 참여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0월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와 미국 주재 대만 대사관 격인 대만 경제문화대표부(TECRO) 간 화상 포럼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기후변화협약 등에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만은 2009∼2016년 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2016년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반대로 WHA 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26일(현지시간) 유엔 회원국들에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는 대만을 가치 있는 파트너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여기는 많은 유엔국 중 하나"라며 "대만의 의미 있는 유엔 체제 참여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론에 대해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을 뿐"이라면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10월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한다는 미국 입장에 대한 기자 질문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이는 이미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통 인식이자 각국이 준수할 국제관계의 준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대만에 대한 강도 높은 군사·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8월 2∼3일)을 계기로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하고, 군용기를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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