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 입구서 길 잃은 중일관계…오늘 수교 50주년

입력 2022-09-29 00:10  

新냉전 입구서 길 잃은 중일관계…오늘 수교 50주년
일본의 침략 앙금 넘어 미소냉전 한복판서 전략적 수교
중국 급부상 속 일본은 미일동맹에 올인…센카쿠·대만 갈등 요소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9일로 중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수교)를 한지 50주년을 맞이한다.
1972년 9월 29일 저우언라이(1898∼1976) 당시 중국 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1918∼1993) 당시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이 '항구적 평화 우호 관계를 확립한다'는 취지의 중일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했다.
미중수교에 7년 앞선 중일 수교는 첨예한 냉전 체제를 흔든 역사적 사건이었고, 중국 입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화해 여정에서 상징적인 이정표였다.
난징대학살(1937∼1938)이 대표하는 일본의 중국 침략에 따른 구원(舊怨)을 넘어선 수교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던 일본 자본과 기술의 도움을 크게 받았고, 일본은 2차대전의 '부채' 중 큰 부분을 덜고 거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소 냉전의 한복판에서 손을 잡았던 두 나라는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미·중을 두 축으로 하는 신냉전의 입구에서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2010년 중국에 추월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일본은 자신을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으로 키운 미국 주도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이자, 자국 안보의 실질적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문제라는 중대 갈등 요인을 안고 있는 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만 해협 위기의 영향권 안에 있는 일본은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대중국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2012년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집권 이후 일본의 이 같은 외교기조는 1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도 미중 전략 경쟁에서 철저히 미국 편에 선 일본에 대해 외교적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다만 중국이라는 통일된 거대 인근 시장의 존재는 일본 경제에 여전히 중요하고, 중국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이자 주요 교역 파트너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전략적·경제적 필요성을 느끼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상대국에 대한 양국민의 호감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두 나라 모두 상대를 향해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정치적 모험을 주저하는 양상이다.
중국이 아베 전 총리의 27일 국장(國葬)에 2인자를 보낸 한국과 미국에 비해 급이 낮은 완강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부주석(부총리급)을 조문 사절로 파견한 것은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8일자 사설에서 "중·일 양국은 일련의 기념행사를 열어 양국민의 친선을 보여줬지만 어려움으로 가득한 양국 관계의 현상은 축제일에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썼다.
사설은 "중·일 관계가 미국 요인에 의해 깊이 억제되고 있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미국이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해도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전적으로 명령을 하달받는 하인이 아니다"며 일본의 독자적 외교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중일관계 전문가 견해를 소개한 28일자 기사에서 "미국과의 심화하는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국익이 중일관계의 긴장 고조에 있지 않은데다, 세계 2, 3위 경제대국 간에 무역과 투자에 호혜적 측면이 있다는 점은 관계 개선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제공한다"고 썼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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