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령에 영토합병까지…'양수겸장' 푸틴, 전황 반전 가능할까

입력 2022-09-30 23:18  

동원령에 영토합병까지…'양수겸장' 푸틴, 전황 반전 가능할까
30만 병력 보강하고 핵위협으로 우크라·서방 위축 노려
내부 불만 고조 및 서방 추가 제재 따른 역효과 전망도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와 합병조약을 맺기까지 과정은 당초 예상보다 신속히 진행됐다.
최근까지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주 점령이 늦어지면서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에 점령지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들은 예상과 달리 이달 23~27일 주민투표를 치른다고 일제히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조약 서명식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나아갔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는 급격히 불리해진 우크라이나 전황을 뒤집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는 9월 들어 동북부 전선에서 러시아 방어선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수복했다. 러시아로선 키이우 공략 실패에 이어 이번 전쟁 최대 패배였다.
우크라이나는 여세를 몰아 루한스크주 북부 전선에 공세를 지속하고 있고 남부 헤르손주도 차근차근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위기에 빠진 점령지 친러시아 행정부는 주민투표 실시를 통한 러시아 영토로의 공식 편입을 신속하게 결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자국령으로 선언하고 '핵우산'을 씌움으로써 우크라이나의 공세와 서방의 지원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방 각국은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는 사태를 우려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
아울러 러시아는 점령지를 합병함으로써 자국 방어를 명분으로 동원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주민투표가 결정된 이튿날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서 최초로 동원령을 내렸다.
영토합병과 동원령 2개의 카드로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도 가능한 모든 전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벌써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주민들이 동원 대상이 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렇게 러시아의 계산대로 30만 명의 예비군이 전선에 투입되고 핵 위협까지 먹혀서 서방의 단일대오가 흔들린다면 러시아가 구상한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실현되는 셈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승부수가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히려 러시아 내부 불만과 서방의 제재 강화만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동원령 발령 이후 국외로 도피한 러시아 시민이 최소 20만명이 넘는다는 추정이 잇따른다.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징집센터를 대상으로 한 방화가 17건 발생했고, 징집에 반발한 분신 시도도 있었다. 극동 이르쿠츠크주 징집센터에서는 모병 장교가 총격을 당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영토 편입을 위한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8차 제재안을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과 무관하게 영토 탈환 공세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합병 조약이 체결된 이날은 동부 루한스크주 북부의 관문도시인 리만을 포위 공격하며 이곳 점령을 목전에 두고 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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