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무기제공 및 대러 추가제재로 단일대오 유지
러 헌법상 영토분리 금지…푸틴, 대화 촉구했지만 타협점 없어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조약 체결 이후 영토 수복 공세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도 이제는 자국 영토가 된 점령지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 대화의 문은 완전히 닫히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이후 대국민 연설에서 "점령자 축출이 평화 회복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푸틴이 대통령인 이상 러시아와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침공 명분으로 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과 관련해 "패스트트랙 신청서에 서명했다"며 정회원 가입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추진하기 전부터 "주민투표를 강행할 경우 대화의 문이 닫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영토 합병 조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후에는 "쓸모없는 주민투표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며 "우리의 대응은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이번 러시아와 합병 조약과 무관하게 현재 전선 전역에서 진행 중인 영토 수복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죌 계획이다. 이날은 동북부 요충지인 리만 탈환을 목전에 두며 루한스크로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
서방 역시 러시아의 일방적 영토 합병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 제재를 더욱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미국은 주민투표 직후 우크라이나에 11억 달러(약 1조5천70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방침을 공개했다.
또한 이번 투표를 "국제법과 유엔헌장의 노골적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수일 내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와 70억 유로(약 9조7천억 원) 상당의 수입제한 등 추가 대러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가짜 주민투표나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 내 영토 병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수복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신속가입을 신청한 것에 관해서는 "신규 회원국 가입은 30개 기존 회원국의 합의로 결정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화를 촉구했으나, 새로 합병한 영토를 지키겠다는 입장도 확고했다.
이미 러시아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러시아 영토의 일부를 분리하는 행동이나 그런 행동을 조장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는 물론 이날 합병 조약을 맺은 도네츠크·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까지 모두 대상이 되는 조항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들 4개 주는 물론 크림반도까지 모두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양측의 입장에는 교집합이 완전히 사라졌다.
러시아는 영토합병을 위한 주민투표 일정이 발표된 이튿날 동원령까지 발동하며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영토 합병과 관련해 추가로 협상의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고 튀르키예 대통령실이 밝혔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주민투표 결과에 관해 설명했다고만 했을 뿐 에르도안 대통령이 협상을 요청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