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좋아했던 참가자들 당혹…일부 참가비 반환 요구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지난 주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 주최 측이 행사 직전 코스 거리를 짧게 변경하고도 참가자들에게 사실을 공지하지 않아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3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유명 운동화 제작사 '호카 오네오네'(HOKA ONE ONE)가 지난 25일 시카고에서 개최한 '제25회 호카 시카고 하프 마라톤'의 코스가 공식 거리 21.0975km에 800m 가량 미치지 않는 20.2777km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대회는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유서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를 출발, 도심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놓인 호변로를 따라 달린 후 유명 조형물 '공화국의 여신상' 앞에서 결승점을 통과하는 코스로 매년 수천명이 참가한다.
그러나 참가자 여러 명이 몸에 착용하고 있던 거리측정 앱에 공식 거리 보다 작은 숫자가 뜬다며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고, 주최 측은 대회 종료 이틀 만인 지난 27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명기돼있던 코스 거리를 13.1마일(약 21.1km)에서 12.6마일(약 20.3km)로 정정했다.
주최 측 대변인은 "시카고 당국의 막판 요구 때문에 코스 일부를 변경해야 했고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거리가 짧아졌다"며 "참가자들에게 사전 공지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않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시카고 교통국은 "참가자 안전 문제 때문에 코스 변경을 요구했다"며 코스 북단 31번가의 교통량이 인근 초대형 스태디엄 '솔저필드'에서 열린 프로풋볼 경기 관람객의 영향으로 폭증할 것에 대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개인 신기록을 내고 기뻐하던 참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회 참가자 제시 스틸은 "지난 4월부터 완주시간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훈련했다. 그리고 비싼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출전했다"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는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자부심을 누리고 싶었는데 헛수고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시카고 지역 육상연맹 사무총장 팀 브래들리는 "이번 대회 성적은 더 큰 대회 참가자격 기준이 되기도 하고, 기록으로 남기도 한다"며 "부정확한 거리는 여러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최소한 코스 변경 사실을 참가자들에게 미리 알렸어야 한다"며 참가비 150달러(약 22만 원)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다음달 9일 개최될 예정인 '시카고 국제 마라톤' 주최 측은 "호카 하프 마라톤은 시카고 국제 마라톤 대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알렸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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